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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미국 자율주행의 자존심, '웨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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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Tea Culture Writer & Researcher · IT 전문가 · 웹 개발자

영국 홍차의 전통부터 러시아 사모바르, 아시아의 녹차와 우롱차까지 — 세계 각국의 차(tea) 문화를 탐구하고 기록합니다. 동시에 최신 웹 기술과 IT 트렌드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10개국 이상 현지 티룸/차 박물관 탐방
  • 티 테이스팅 & 티 클래스 수료 다수
  • 차 문화·역사 원서/문헌 꾸준히 연구
  •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IT 프로젝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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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인 유료 서비스에서 드러나는 웨이모의 기술과 운영 전략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특정 도시에서 완전 무인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며 기술과 운영을 함께 발전시키는 회사로 평가된다.
웨이모는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특정 도시에서 완전 무인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며 기술과 운영을 함께 발전시키는 회사로 평가된다.

웨이모는 알파벳 산하에서 출발한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자동차 제조사나 기술 시연 중심 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웨이모의 핵심 목표는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운행 가능한 레벨4 수준의 시스템을 실제 도시 환경에서 유료 서비스 형태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다. 이 차이는 웨이모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많은 기업이 차량을 먼저 판매하고 이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율주행 기능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웨이모는 특정 도시의 일부 구역을 운영영역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운행하며 운영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로 인해 웨이모의 성과는 시험 주행이나 시연보다는 실제 서비스 운영에서 드러난다.

웨이모 원이라는 서비스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센서, 지도, 인공지능, 운영 체계가 하나의 구조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있다. 웨이모는 인식 단계에서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를 함께 사용하며 각 센서의 강점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한다. 라이다는 주변 환경을 입체적으로 계측해 거리와 형상을 안정적으로 파악하고, 카메라는 신호등과 표지판, 보행자의 세부 정보를 인식하는 역할을 맡는다. 레이더는 속도와 거리 추정에서 신뢰도를 높여준다. 이러한 센서 구성은 차량 주변을 전방위로 인지하도록 배치돼 있으며, 중복 안전을 전제로 한 설계가 유지돼 왔다.

이후 단계인 예측과 계획에서는 주변 차량과 보행자가 어떤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률적으로 계산하고, 그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위험하지 않도록 보수적인 주행 전략을 선택한다. 웨이모의 특징은 이러한 모델이 실제 도로 환경에서 축적된 운영 데이터를 통해 계속 발전해 왔다는 점이다. 급정지, 무리한 끼어들기, 공사 구간, 불규칙한 보행자와 같은 상황은 서비스 운행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이 경험이 다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지도와 운영영역 설정 역시 중요한 요소다. 웨이모의 무인 서비스는 특정 도시 내 한정된 구역에서 시작해 점차 확장되는 방식을 따른다. 이는 기술적 제약이라기보다 전략에 가깝다. 운영영역을 명확히 설정하면 해당 지역을 기준으로 안전 검증과 운영 준비를 현실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승하차 지점 관리나 위험 구간 회피, 사고 대응 절차를 구체화할 수 있다. 최근 베이 에어리어에서 고속도로 주행을 서비스 범위로 확대한 사례 역시 충분한 운행 거리와 운영 경험이 축적된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완전 무인 유료 서비스가 어려운 이유는 기술 외적인 요소가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안전 책임과 규제 문제가 있다. 사고 발생 시 차량 내 운전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전반의 안전성 입증과 사고 처리 기준이 중요해진다. 웨이모는 자체 안전 지표와 사고 통계를 공개하며 인간 운전자와의 비교 자료를 제시해 왔다. 다음으로는 운영 중 발생하는 예외 상황이다. 신호 체계 고장, 도로 통제, 경찰 수신호, 대규모 행사로 인한 교통 흐름 변화 등은 실제 도시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샌프란시스코 정전 당시 교차로에서 차량이 멈춰 서는 장면이 주목받은 사례는 자율주행이 기술을 넘어 도시 인프라와 상호작용하는 운영 시스템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호출부터 탑승, 하차, 문제 발생 시 대응까지 포함하는 서비스 경험 역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의 협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가진다. 웨이모는 6세대 웨이모 드라이버를 아이오닉 5에 통합해 웨이모 원 서비스 차량으로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협업의 핵심은 단일 모델이 아니라 차량 플랫폼 확장과 규모 확보에 있다. 로보택시 서비스가 커질수록 차종과 제조사가 다양해지고, 유지보수와 조달 체계가 표준화돼야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특정 차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시도는 비용 구조와 확장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웨이모가 보여주는 변화가 일상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확장 속도와 비용 구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라이다를 포함한 센서 구성은 안전성과 인지 안정성에서 강점을 제공하지만, 차량 단가와 유지 비용, 운영 인력이 함께 증가한다. 이로 인해 초기에는 특정 도시와 구역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 또한 사회적 신뢰 형성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사고 감소뿐 아니라 예외 상황에서의 대응, 교통 흐름에 미치는 영향, 도시 인프라 변화에 대한 견고함을 체감으로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로보택시의 효용이 먼저 드러나는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초기에는 공항 이동, 야간 이동,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역, 이동 약자 지원과 같은 구간에서 서비스 가치가 먼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될 때 웨이모가 지향하는 자율주행 서비스의 변화는 보다 넓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